다이어리

산다는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동편 2010. 7. 18. 14:35
‘산다는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산다는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방문을 열고 거실에 나아가 책장을 보다가 보니 눈에 띠는 것

작은 어항이다. 누이동생이 서울에서 가져와 아이들에게 키우라고 했는데,

용케도 작은 물고기들이 죽지 않고 저마다 질서를 지키며 잘 살아가고 있는 풍경이다.

다른 면에는 부지런하다고 소리를 듣는 나도 부지런 하지 못한 것이 있다.

그게 바로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도 집에서 기르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나와 달리 아이들이 고기의 밥도 잘 주고 먹이도 잘 주다 보니

처음 올 때보다 훨씬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잘 살고 있다.

산다는 것, 살아 있다는 것, 도대체 그것은 무엇일까?

“학문은 일어나고 정신은 눈을 뜬다. 산다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 일이냐?”

에라스무스는 말하고 “산다는 것은 삶의 한 가운데에 있다는 것이다.

내가 그 속에 삶을 만들어 낸 눈으로 삶을 보는 것이다.” 고 카프카는 말한다.

그리고 뒤를 이어서 카프카는 “세상이란 다양한 것”이라고 말한다.

다양한 세상에서 참으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살다가보니 가끔씩 이런 저런 일로

남의 입방아에도 오르고 남들의 눈에 나서 왕따도 되는 것이 요즘 나의 생활의 일부분이고

그것 역시 따지고 보면 내 탓이다.

“하나의 경험, 하나의 운명을 산다는 것은 전적으로 그것을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카뮈이 말이고, “산다는 것은 마음의 밭을 새로 갈고서 생명의 씨앗을 뿌린 뒤 가꾸며 사는 심전경작心田耕作이다.”라고 옛 사람은 말했는데,

나에게 누군가 “산다는 것이 무엇이냐?” 하고 묻는다면

“산다는 것은 모든 것이 내 운명이거니 하고 그저 침묵하는 것”이라고 말하겠다.

산전수전 세상의 온갖 것을 다 겪은 나인데도 하루하루 산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그래서 그랬을까?

“두려워하며 산다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산다는 것은

성숙成熟의 마지막 테스트이다.”라고 E.위스크는 <재방문再訪問>이라는

글에서 말했으며, 그의 말처럼 어느 새 세월이 유수와 같이 흘러서

내게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가 않다.

옛 사람의 글에 “산다는 것은 의지해 있는 것이니 돌아가야 면할 것인데,

어느덧 70세가 되었네.“ 라는 구절이 있다.

“여보게나 조심하게나. ‘산다는 것’이 호랑이 아가리보다 더 무서운 것이라네.

부디 산다는 것을 조심하게나.” 심상대의 소설 <묵호를 아는가>에 실린 글이다.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저렇게 저렇게 밤이 흐르는 소리 들리지 않는가?

경인년 칠월 열이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