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무엇을 가지고 가는가?
“장안에 이동지라는 이름의 갑부가 있었다. 그 사람이 부귀장수하고 아들들을 많이 낳아서 사람들이 늘 상팔자라고 부러워하였다. 그는 원래 목구멍에 풀칠도 제대로 못하다가 자수성가하여 부자가 되었다. 그러므로 성질이 인색하고 괴팍하여 비록 형제간이나 아들들에게도 닳아진 부채하나 주는 법이 없었다.
죽음이 임박하자 몸져눕게 되면서 자신을 곰곰이 되돌아보니 세상만사가 모두 허사고 허망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오로지 한 평생을 재財라는 한 글자에 얽매어 그 돈의 종이 되어 혹사했던 사실을 후회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병석에서 생각해보고 생각해보아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는 여러 자식들을 베개 맡에다 불러들인 뒤 다음과 같이 유언을 남겼다.
“ 내 평생 고생하여 재물을 모아 이렇게 부자가 되었다. 하지만 지금 황천길을 막상 떠나는 마당에 백가지로 생각해본들 단 한 가지 가져갈 도리가 없구나. 그래서 생각해보니 지난날 재물에 인색했던 일이 후회막급이다.
명정을 앞에 세우니 상여소리가 구슬프고, 공산에 낙엽지고 밤비 내리는, 쓸쓸한 무덤 속에서 비록 한 푼 쓸 돈도 없이 얼마나 처량하겠느냐. 그래도 어찌 할 수 없으니 인생이 이렇게 무상한 줄 왜 진작 몰랐으며 또 진작 누군가가 인생의 무상함을 깨닫게 해주지 않았는지 원망스럽기만 하다.
내 그래서 유언을 하노니,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지키도록 해라.
내가 죽어 염을 하고 입관할 때에 나의 두 손에는 악수(악사란 소염小殮할 때 시신의 손을 싸는 헝겊이다.)를 끼우지 말라. 다만 관의 양편에 구멍을 뚫고 내 좌우 두 손을 그 구멍 밖으로 내어 놓아라.
그래서 길 가는 많은 행인들로 하여금 내가 재물을 산같이 쌓아두고도 빈손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온 천하 사람들이 보도록 하여라.“
<청구야담>에 실린 ‘오물음’이라는 ‘입담꾼’에 대한 글이다.
저마다 돈을 많이 모으기 위해, 저마다 많이 모아 감추어 두고 물려주기 위해 난리가 아니다. 그러다보니 인생 말년에 가면 즐거운 호텔에 가서 몇 년씩 호강하다가 오기도 하고, 그러다 보면 인생이 그냥 허망하게 막을 내리고 만다.
돈은 돌고 돌기 때문에 돈이라고 했다는데, 어떤 사람들은 한 채도 안 가진 집을 몇 십 채 씩 가진 사람들도 있고, 돈이 너무 많아 불의의 화를 당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쓸 만큼 만 있으면 되는데, ‘쓸 만큼’이라는 말의 경계가 애매모호해서 그 때문에 저마다 편치가 않다.
너무 늦기 전에 깨달을 일이다. 혼자서 오고 아무것도 가지고 오지 않아서 갈 때도 혼자서 가고 아무것도 가지고 가지 못한다는 것, 인생이 무상하고 허무하다는 것, 그것을 안다는 것 그것이 어려운 일이다.
그대는 얼마나 많은 재물을 남겨두고 가고 싶은가?
신묘년 이월 초나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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