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리

김형영의 저승길을 갈 때는

동편 2011. 7. 13. 09:52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상에서의 날을 끝내고

다시 왔던 곳인 무無나 저승으로 돌아갈 때 어떤 자세로 돌아가야 할까?

 

그 해답을 김형영이라는 시인은 <저승길을 갈 때는>이라는 시에서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저승길을 갈 때는 춤을 춰야지.

춤추는 건 죽어도 못하겠으면

춤추듯 사뿐사뿐 걸어가야지.

저승길을 가시밭길

샛길은 없고,

돈 주고 빽 써도

샛길은 없고,

자가용 몰고, 갈 찻길도 없어

우리는 맨발로

맨 발로 걸어가야 하네,

 

저승길을 갈 때는 괴롭지 않게

저승길을 갈 때는 무섭지 않게

사는 동안 춤추는 건 익혀 둬야지.

흥겨운 일 없더라도

하루에 한 번

남 보기 창피하면 밤으로 한 번,

 

그도 저도 할 수 없거든

마음 속으로

사람들아

사람들아

춤추는 걸 구경쯤은 자주 해둘 것,“

 

춤도 못 추는 나는 춤 잘 추는 사람의 뒤를 따르며

히죽히죽 웃기도 하고, 비실거리며 따라가겠지,

소풍 나오듯 잠시 나왔다가 돌아가는 길,

온갖 꽃들이 하늘의 별처럼, 강변의 모래알처럼 피어 있을까?

 

춤추며 가는 사람이나, 비실거리며 가는 사람이나 똑 같이 가야할 그 저승에도

내가 좋아하는 책이며, 걷고 싶은 길이 펼쳐져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