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리

피차 사랑의 빚 이외에는 아무것도 지지 말라

동편 2011. 12. 7. 09:38

피차 사랑의 빚 이외에는 아무것도 지지 말라

피차 사랑의 빚 이외에는 아무것도 지지 말라

 

깊은 밤,  그 시간은, 내가 다시 깨어나는 시간이다.

죽어 있다가 다시 살아나는 시간,

살아 있다는 것은 도대체 어떤 의미가 있는가?

 

“살 것, 많은 야망을 가질 것, 괴로워하고,

울고, 싸우고, 그리고 최후에는 마치 내가

결코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다 잊을 것.”

바스카르체프는 내게 그렇게 살다 죽으라고 악을 쓰고

 

“부드럽고 공손하기,

나무에나 오른 듯이 조마조마 조심하기,

골짜기에 이른 듯이, 겁을 먹고 경계하기,

엷은 얼음을 밟는 듯이”

<시경>은 나에게 그렇게 살라고 경고음을 보내는데,

 

나는 왜 사는가?

나는 이 땅에 유형무형의 빚들이 많다.

그 빚, 갚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파산할 수도 없는 빚,

그 빛 때문에 이 세상을 나는 걷고 또 걸으며 조금이나마 세상을 위해

여러 가지 일들을 계획하고 실천하고 있는 중이다.

그렇다면 빚 중에 어떤 빚이 마음에 가장 편한 빚인가?

 

<로마서>에 해답이 있다.

 

“피차 사랑의 빚 이외에는 아무것도 지지 말라.”

 

나무 한 그루, 풀한 포기, 돌멩이 하나, 하나,

아니 강변의 모래들에 이르기 까지

자연을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하고,

끝없이 이어진 길들과

그물에도 걸리지 않는 바람, 그리고

홀연히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구름을 사랑하며 살다가

홀연히 돌아가는 것, 그것뿐이지 않을까?